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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일 오후 11:02
세상의 끝, 모아이에서
세상엔 쉽게 닿을 수 없는 장소가 있습니다.
비행기를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지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손끝에서 자꾸 벗어나는 듯한 곳.
이스터섬(Easter Island)은 그런 곳입니다. 
 
남미 대륙에서 동쪽으로 3,700km 떨어진 외딴 바다 한가운데,
태평양에 점 하나 찍듯 떠 있는 이 작은 섬은
칠레령이지만, 칠레 사람들조차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말할 정도로 멀고도 먼 섬입니다. 
 
이곳에 처음 들어선 유럽인은
1722년 부활절(Easter Sunday)에 도착한 네덜란드인.
그래서 ‘이스터섬’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섬의 진짜 이름은 라파누이(Rapa Nui),
‘위대한 섬’이라는 뜻을 지닌
고유의 언어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섬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존재들이 서 있습니다.
모아이 석상(Moai).
거대한 얼굴, 무표정한 눈매,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한 이 석상들은
라파누이 사람들의 조상신으로,
가문과 마을을 지키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한 개가 아닌 수백 개,
섬 전역에 퍼져 있는 이 석상들은
대부분 해안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 아후 아키비(Ahu Akivi)의 일곱 모아이는
바다를 등지고 섬 안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조상이 섬을 지키기 위해 안을 바라본다’는 설도 있고,
‘별자리를 기준으로 정렬되어 있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거대한 돌을 운반하고 세웠을까 하는 궁금증은
지금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입니다.
어떤 이는 줄을 묶어 ‘걸어가듯 흔들며’ 옮겼다고 하고,
어떤 이는 나무를 깔아 밀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수백 년 전 이 외딴 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이처럼 정교한 석상을 만들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모아이는 단순한 유적이 아닙니다.
이 섬에서 살아가던 이들의 정신,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이 담긴
영혼의 조각이기도 합니다. 
 
중남미 여행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번 가려면 준비할 것도 많고
멀고, 낯선 땅이지만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깊이와 고요함이
여행자 마음을 천천히 감싸기 시작합니다. 
 
마추픽추의 안개 속 잉카 유적,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피라미드,
그리고 이스터섬의 바람과 돌.
이 땅의 역사는 오래됐고,
그만큼 우리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신비로움도 함께 존재합니다. 
 
이스터섬은 날씨도, 교통도, 일정도 녹록치 않지만
한 번 다녀온 사람은
그곳에서 본 일출, 모아이 사이로 스며든 빛,
그리고 섬의 적막을
오래도록 잊지 못합니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이 섬,
사실은 우리 안쪽 깊은 곳과 가장 가까운 장소일지도 모릅니다.
모아이들이 바라보는 곳,
그곳에 서서
당신도 한 번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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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좋은여행